처남 2조·매형은 7000억 '대박'…남다른 가족의 '성공 신화'

입력 2022-01-27 07:56   수정 2022-01-27 15:21

이 기사는 01월 27일 07:5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피부 의료기기 ‘슈링크’로 인지도를 쌓은 클래시스가 글로벌 사모펀드(PEF)운용사 베인캐피탈을 새 주인으로 맞는다. 창업자이자 피부과 의사인 정성재 대표와 가족들은 보유 지분 73% 중 60%를 매각해 6700억원을 손에 쥐게 됐다.
◆닥터자르트 2兆 신화 조연…클래시스로 '대박'
정성재 클래시스 대표는 처남인 이진욱 해브앤비 대표와의 일화로 유명세를 탄 인물이다. 건축회사에서 일하던 해브앤비 창업자 이진욱 씨는 2003년 피부 고민으로 강남 소프터치 피부과 원장이던 매형 정 대표를 찾았다. 여기서 이 씨는 BB크림을 처음 접하게 됐다. 이 시장은 무조건 클 것이라 판단한 이 씨는 매형의 조언을 받아 그 다음해 화장품 브랜드 ‘닥터자르트’를 창업했다. 이렇게 세워진 해브앤비는 2019년 글로벌 뷰티브랜드 에스티로더에 2조원에 매각되면서 ‘K뷰티’ 성공 신화를 썼다. 해브앤비 지분 100%를 보유한 이 씨는 단숨에 거부 반열에 올랐다.

처남의 성공을 목격한 정 대표는 운영 중인 자신의 회사인 클래시스 경영에 몰두했다. 그에겐 해브앤비 경영과 매각 과정을 도우며 체득한 노하우가 있었다. 뷰티 산업에 국내 의료 기술을 접목하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었다. 해브앤비로 쌓은 해외 네트워크도 그에겐 자산이었다. 강소 기업인 클래시스가 2015년부터 올해까지 내수보다 해외 매출 비중이 더 큰 회사로 성장한 원동력이다.
◆해외에서 더 인기…유튜브 입소문 '행운'도

예상치 못한 행운도 따랐다. 회사의 대표 제품인 피부미용 장비 슈링크가 대중적 인지도를 얻게 된 시기는 2018년 7월. 가수 박준형 씨의 인기 유튜브 채널인 '와썹맨'이 계기였다. 박 씨와 장성규 아나운서가 병원에서 클래시스의 장비를 이용해 피부 탄력을 되찾는 리프팅 시술을 받는 영상이 200만뷰 이상의 조회수를 올리며 화제가 됐다. 이후 유튜브 인플루언서들을 중심으로 슈링크 시술을 체험하는 것이 열풍이 되면서 회사의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2018년 475억원이던 회사의 매출은 그 다음해 763억원으로,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75억원에서 417억원으로 뛰었다. 증권가에선 지난해 매출액은 1000억원, 영업이익은 500억원 이상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영업이익률은 2018년 30%대 수준에서 50%대로 급상승했다. 국내 시장 점유율도 60%까지 상승해 업계 1위 업체로 자리잡았다. 주가도 덩달아 급등하기 시작했다. 유튜브로 쌓은 인지도를 계기로 브라질, 러시아 등 해외 신규 시장에 안착하는 데도 성공했다.

회사가 일정 궤도에 올랐지만 정 대표는 고민에 빠졌다. 본격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기로에 섰지만 본인은 의사, 핵심 임원들도 기술자 출신이다보니 해외사업을 지휘할 경영진을 내부에 꾸리기 쉽지 않았다. 일부 PEF에서도 매각 제의가 있었지만 기업가치를 키울 적임자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직원들의 동요도 걱정거리였다. 이 때 정 대표는 휴젤을 인수해 경영하던 글로벌 사모펀드PEF인 베인의 행보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클래시스처럼 휴젤도 미용 목적의 의료기기 사업을 한다는 점에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했다.

◆베인, 'AHC'·'휴젤' 이어 또한번 'K뷰티' 베팅
베인과 정 대표간 협상 자리가 만들어진 것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않은 지난해 가을 경으로 전해진다. 2016년 카버코리아 인수, 2017년 국내 보툴리눔톡신 1위 업체인 휴젤 인수 이후 5년여만에 경영권 인수 거래를 성사했다. 몇 차례 소수지분 투자를 집행하긴 했지만 정작 주력인 바이아웃 투자엔 최근 M&A 호황에도 잠잠한 행보를 보여왔다. 다만 공개매각으로 나온 매물들 대신 클래시스에 집중해 수면 아래에서 인수 협상을 이어 왔다.

베인이 집중한 부분은 정작 슈링크로 대표되는 회사의 본업인 의료장비부문이 아니었다. 의료 시술 열풍으로 직접적인 수혜를 본 의료장비 뿐 아니라 여기서 파생된 기기 소모품 사업이 전체 매출의 절반 가까이 성장한 점에 주목했다. 소모품 사업의 매출이익률은 90%에 달한다. 베인은 리프팅 열풍이 잠잠해지더라도 지금의 기술력과 점유율을 유지하면 병원 내 정기적인 장비 교체 수요로만도 회사의 성장이 가능할 것이란 점에 '베팅'했다.

이후 협상은 큰 고비없이 순항했다. 베인은 글로벌 PEF 중에서도 자신들이 뷰티·의료부문에서 유일하게 성과를 내온 하우스인 점을 내세워 매각 측을 설득했다. 'AHC' 브랜드로 유명한 카버코리아 투자 및 회수 과정이 대표적이다. 중국 매출 둔화로 주주들의 성화에 직면한 유니레버를 공략해 회사를 매각했고, 국내에서 진행된 M&A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수익률을 올렸다. 이후 여러 PEF업계에서 화장품 분야업체 투자가 유행이 됐지만 정작 수익을 거둔 곳은 베인 외엔 전무했다.

중국 내 보톡스 시장이 개방될 전조를 포착해 국내 1위 보톡스업체인 휴젤 인수를 단행한 점도 조(兆)단위 성과로 되돌아왔다. 이번에도 베인은 뷰티 분야에 경쟁력 있는 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을 발굴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익숙한 전략을 택했다. 휴젤에 이어 의사가 창업한 회사를 인수한 베인의 두 번째 사례기도 하다.

베인은 인수 마무리 직후 전문 경영진을 영입해 경영을 맡길 예정이다 정 대표 측은 일부 지분을 남겨 주주로 남는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여러 투자자들이 눈독들일 회사였지만 새 주인으로 베인이 낙점된 건 이 분야 이해도가 가장 깊은 투자자이기 때문”이라며 “지분을 남긴 정 대표도 추후 재매각 과정에서 차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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